- 이유있는 추천
Barista & Co Drip Coffee Filter
커피가 내린다
자꾸 보고 싶은 드리퍼
예쁜 건 둘째치고, 의외의 효험이 있다. 뭐든 집어넣고 숨기는 나의 정리병이 치유될 만큼. 테이블 위에 작은 화분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놓지 않고 살아왔건만, 바리스타앤코 ‘드립 커피 필터 엘렉트릭 그레이’는 잘 보이는 곳에 놓고 힐끔힐끔 쳐다보고 싶다. 세라믹 드리퍼, 받침대의 우아한 자태는 당연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반들반들하지만 유약을 칠하지 않은 것 같은 매끈함, 그윽한 회색은 유서 깊은 가문의 고택 기왓장을 연상케 한다.
핸드 드립 vs 드립 머신
바리스타앤코의 슬로건은 ‘선택받은 소수만이 아닌 모두에게 좋은 커피를’이다. 나도 그 ‘모두’에 포함됐다. 품격 있는 영국산 드리퍼가 우리 집에 왔다. 몇 주 전 LA에서 공수해온 ‘블루 보틀 커피’가 떠올랐다. 짐도 채 꺼내지 않은 여행용 가방에서 잠자고 있는 원두를 구원할 시간이다. 평소처럼 내린 커피와 바리스타앤코 드리퍼로 추출한 커피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나는 원래 L사의 드립 머신을 사용해왔다. 한쪽에 물을 넣고 끓이면 보글보글 수증기가 차올라 옆칸의 커피 필터 위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원리로 커피가 만들어진다. 우선, 바리스타앤코 드리퍼로 내린 커피는 맛이 풍부하다. 신맛과 단맛, 고소한 맛 그리고 쓴맛 등 원두가 지닌 다양한 풍미가 혀끝에서부터 입안까지 가득 차오른다. 다음은 머신 커피. 입을 헹구고 한 모금 새로 머금는다. ‘아, 쓰다 써!’ 같은 원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맛에 확연히 차이가 난다. 드립 커피의 맛과 향기가 너무나 다채로워서, 상대적으로 머신 커피의 단조로운 맛이 쓰게만 느껴진다.
같은 원두인데 이렇게 달라도 되는 거야?
그래도 지금껏 꽤 만족하며 드립 머신을 사용해왔는데, 배신감마저 든다. 왜 이렇게 맛이 차이 나는 건지 궁금하다. ‘아, 케빈! 케빈이 있었지!’ 호주의 유명 커피 브랜드 ‘델루카(Deluca)’의 바리스타인 친구 케빈에게 물어봤다. “보내주신 ‘Automated brewing machine’ 사진을 보니….” 시드니에서 커피 향이 담긴 소견서가 도착했다. 문제는 물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물의 양과 온도. 드립 머신은 물의 양이나 온도를 조절할 수 없어서 자칫 커피의 맛이 써질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다. 실제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위한 물의 적정 온도는 90~95℃. 더 뜨거우면 쓴맛이 많이 나기에 전문 바리스타들은 온도계를 사용해 온도를 맞춘다. 하지만 드립 머신은 물이 끓은 뒤 증기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 물의 끓는점이 100℃임을 생각하면 맛이 당연히 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드립 머신의 맞춤식 부품인 메탈 메시 소재의 필터는 종이 필터 대비 입자가 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커피 입자들이 다 빠져나온다는 얘기다. 불순물을 거의 다 걸러주는 종이 필터와 비교하면 확실히 맛의 차이가 있다.
바리스타앤코 드립커피 필터로 직접 커피를 내려보자!
원두에서 용해될 수 있는 성분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등이 있는데, 맛의 균형을 위한 핵심은 바로 온도다. 물론, 물의 양 그리고 커피와 물이 맞닿는 추출 시간도 중요하다. 핸드 드립은 이 모든 걸 입맛에 따라 손수 조절할 수 있다. 아래의 세 가지 팁만 머릿속에 새기면, 핸드 드립 커피의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하나, 물의 온도는 90~95℃가 이상적이다. 왜냐고?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커피가 물에 더 잘 녹는다. 다만, 높은 온도가 좋은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커피가 과다 추출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단맛을 끌어내되 쓴맛을 추출하지 않는 물의 적정 온도를 찾는 것이 포인트다. 둘, 커피를 내리기 전에 종이 필터는 꼭 뜨거운 물로 헹궈서 쓰는 것이 좋다.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필터의 종이 맛도 줄여준다. 셋, 원을 크게 그리듯이 물을 천천히 붓는다. 그러면 드리퍼도 물의 온도에 가까워져서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 온도가 확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다.
드립 커피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하고 바리스타앤코 필터로 커피를 직접 내려보자. 커피의 진한 풍미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자기로 만들어 쉽게 식지 않고, 뜨거운 물을 부어도 불순물이 발생하지 않으니까. 물론, 환경호르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17.11.23